우울증은 기분의 혼란 상태인데, 불가사의한 고통을 안겨주고 냉철한 판단력을 갖춘 지성도 도저히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애매한 증상이다. 그러다 보니 극단적인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우울증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남게 된다. (12쪽)
우울증의 광기는 폭력의 안티테제이다. 그것은 폭풍우임은 분명하지만 음울한 폭풍우이다. (…) 그 해 가을 병이 점차적으로 신경계를 장악하면서 나는 시대에 뒤떨어진 시골 동네 전화교환국이 홍수에 잠겨드는 것처럼, 가라앉기 시작했다. 차례차례 정상적인 회로가 물에 잠기기 시작하여 몸의 기능과 거의 모든 본능과 지성이 서서히 해체되어갔다. (58쪽)
고통에는 사람들이 그걸 경험하면서도 경감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인내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그러나 우울증에는 이와 같은 구원에 대한 신념, 혹은 궁극적인 회복에 대한 신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통은 가혹하다. 이처럼 가혹한 상황을 더욱 못 견디게 만드는 것은, 손쉬운 치유책이 가까운 장래에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스스로가 알고 있다는 점이다. 다름아닌 이 절망감이 고통보다 더욱 인간의 영혼을 파멸시킨다. (75쪽)
극히 심각한 우울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비현실적인 절망 상태에서 과장된 병마와 치명적인 위협으로 인해 갈가리 찢기고 분열된다. 친구, 사랑하는 사람, 가족, 존경하는 사람에게 생명의 가치를 설득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울증 환자에게 생명의 가치는 스스로 느끼는 자신의 무가치함과 종종 갈등을 일으키지만, 그런 헌신은 무수히 많은 자살을 방지할 수 있다. (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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