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렌의 등이 어둠 속에서 붕 떠오른다. 멀어져간다. 내 발이 타탄에서 텅!하고 퉁겨 올라오는 느낌. 스파이크를 신고 타탄을 달리는 것은 난생처음이지만, 이 느낌, 아주 재미있다! 기분 좋다. 하지만 렌의 등은 쑥쑥 멀어지고 있다. 렌의 등. 언제나 렌의 등이었다. 멀어져가는 등이었다. 이러다 꿈에 나타날라. (1권, 76쪽)
어찌된 일인지 자꾸 가슴이 술렁거렸다. 태풍이 닥치기 직전과 같은 불온한 흥분. 머릿속에서 렌의 뛰는 자세와 겐짱의 슛 자세가 겹쳐졌다. 천재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닐 텐데, 그 천재가 내 옆에 둘씩이나 있었단 말인가.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 개구쟁이 시절부터 언제나 겐짱을 쫓아다닌 것처럼 이제부터는 렌을 쫓아다니게 되는 건가. 나는 천재 뒤만 따라다니는 비극의 별자리를 타고난 걸까? (1권, 79쪽)
“나는 내 육상 인생을 너희에게 강요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물론 내 경험을 중심으로 지도해나가겠지만, 나라는 인간이 왕년에 어떤 선수였고 무엇을 했느냐 하는 것은 너희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걸 관련지으면 안 돼. 나에게는 나의 꿈이 있었고 너희에게는 너희의 꿈이 있어.” (2권, 170쪽)
이어달리기는 행복한 러닝이다. 이렇게 행복한 기분으로 달린 적은 처음이다. 같은 직선 100미터를 달려도 개인 종목하고는 전혀 다르다. 2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고, 예상대로 2위로 관동을 결정지었는데도 이렇게 기쁘니 말이다. 네 명이 멋진 레이스를 펼쳤다는 행복감은 그냥 4배가 아니다, 16배, 64배, 무한대. (3권, 184쪽)
인생은, 세계는, 이어달리기 자체다. 배턴을 넘겨서 타인과 연결되어간다.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달리는 구간에서는 완전히 혼자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대신해줄 사람이 없다. 이 고독을 나는 좀 더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나를 좀 더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곳은 말이 없는 세계일 것이다, 아마도. (3권, 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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