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 나는 너를 좋아하고 너는 다른 누구를 좋아하고
나는 술을 마시면 너를 찾고
너는 그런 나 때문에 끝도 없이 한숨 쉬던 지금 같은 초여름 밤.
"세상에서 제일 마음 아픈 사람은 누굴까?"
잠꼬대 같은 내 물음에 너는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지.
"울고 싶은데 울면 안 되는 사람
나도 아픈데 나는 아프면 안 되는 사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 말도 못하는 사람.."
내가 다시 물었지.
"그럼 이런 건 어때?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나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나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내 말에 넌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더니 그렇게 말했어.
"미안해. 니가 이겼다."
그렇게 그 날 밤은 내가 일등이었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슬픈 사람이었어.
당당히 일등을 차지한 나는
나를 아프게 하던 너를 마음껏 원망하면서 떠나 왔지.
그렇게 시간이 일 년, 이 년쯤 지났는데
나, 아무래도 요즘 기록 갱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이 더 마음 아프거든.
너.. 잘 못 지낸다며..그 사람이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며..
다들 걱정할 만큼, 많이 힘들게 지낸다며?
세상에서 제일 마음 아픈 사람은 누굴까?
그 질문, 요즘 들어 다시 생각해 봤는데 이런 대답은 어떨까?
"이젠 그 사람이 아무리 아파해도 나는 아는 척도 할 수 없는 거
지나온 시간이 너무 길어서 이젠 어쩔 수도 없는 거.."
이미나 / 그남자 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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