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켜고 비밀폴더 열고 그 안에 저장된 니 사진 열어보는거..
쌍꺼풀이 없어질 정도로 퉁퉁 부은 눈,
모자쓰고 나와서 형편없이 눌린 앞머리,
속옷같기도 하고 겉옷같기도 한 흰색티셔츠에 다 늘어난 목둘레..
그때 무슨 바람이 불어선가 같이 조깅하자고 아침 일찍 만났던 날
처음으로 니 부은 얼굴 봤던 나는 진심으로 놀라서 물어봤지.
"너 얼굴이 왜 이래?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
내 난리법석에도 너는 게으르게 감은 눈을 손등으로 비비면서 그랬지.
"드라마가 너무 슬펐어.
울다보니까 배가 고파서 밥도 먹고 물도 마셨더니 얼굴이 이렇게 됐어.
근데 내 얼굴 그렇게 이상해?"
그날 찍어 놨던 사진.
그후로 니가 나한테 못되게 굴 때, 하나도 귀엽지 않을 때,
니가 막 미울 때, 놀리고 싶을 때, 꺼내 보곤 했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보여주고 킬킬거리고..
근데 이제 내가 그러면 난 진짜 나쁜 사람이겠다.
헤어진 여자친구.. 이상하게 나온 사진이나 꺼내 보는 나쁜사람.
정말 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거 같애.
우리는 이미 헤어졌으니까..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너와 관련된것 중에서 내가 해도 되는 일이 몇개나 있을까?
아무리 우울해도 그 사진을 꺼내 보면 안되고,
너에 대해 들리는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하지만
누굴붙잡고 물어봐서도 안되고,
니 잔소리가 듣고 싶어서 일부러 취한척 전화도 걸고싶지만
그래서도 안되고,
꼭 잊지 않아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나 대신에 기억해 달라고 너한테 부탁할 수도 없고,
그때 우리 우연히 발견해내고 많이 좋아했던 예쁜 카페이름이
겨울나무 였는지 자작나무 였는지 궁금해도 물어볼수가 없고,
내생일이었던 너의 비밀번호들이 다 바뀌었나..
궁금하지만 확인해서도 안되고
다 되게 쉬운 일들이었는데..
"그 카페이름이 뭐지?" 물어보면 되고,
"나 내일 꼭 은행가라고 말해줘!" 부탁하면 되고,
"나 술 많이 마셨는데 더 마실까? 말까?" 어리광만 부리면 됐었는데..
이제 내가 해도 되는 일은 이렇게 가끔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고,
읽혀서도 안되는 편지같은걸 쓰는 정도.
이것도 오래 하면 안된다는걸 잘 알지만..
사 랑 을 말 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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