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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으니......"

 

"바보 같으니......"

비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나는 내 마음을 들킨 듯 소스라치게 놀란다.

나에게 하는 말일까?

내가 비를 이렇게 갈망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는 것일까?

"갖고 싶은 거 있어?"

비가 묻는다.

"......갖고 싶은 거?"

"그래. 사줄게."

그 순간, 나는 비가 왜 나에게 다섯 번이나 메시지를 남겼는지,

왜 우리 집 앞에서 새벽까지 기다렸는지, 그 모든 이유를 알게 된다.

비는 나를 떠나려 하고 있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인다.

"오기 전에 뭘 하나 사려고 했어. 그런데......

네가 뭘 좋아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났어."

그래, 그렇겠지.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내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무슨 음악을 자주 듣는지,

어디를 가고 싶어하는지, 하나도 알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아니, 그게 아니지. 난 너에게 내가 원하는 걸 한 번도 말하지 않았으니까.

언제나언제나 나에게는, 네가 원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보다 중요했으니까.

내가 원하는 것들은 네 앞에서 너무나 사소한 것들이니까.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는 너를 사랑하므로,

내가 원하는 걸 네가 모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

그러니까 난 하나도 슬프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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