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길은 갈렸다.
침묵이 이어졌다. 돌이킬 수 없는,
그러나 귀중한 침묵이었다.
우리의 몸 전체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잊고 서로를 껴안으면
다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다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똑같은 일이 생긴다.
더 혹독하고 더 괴로운 형태로 벌어지리라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손조차 마주 잡을 수 없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다만 마음속은 갈가리 찢어져 피가 맺힐 정도였다.
요시모토 바나나 <왕국 3> p.9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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