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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도록 잘 어울리다가 그만 쓸쓸해져 혼자 도망나옵니다
돌아와 꽃병의 물이 줄어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꽃이 살았으니 당연한데도요
바퀴벌레를 잡으려다 멈춥니다
그냥, 왠지 불교적이 되어갑니다
삶의 보복이 두려워지는 나이일까요
소리 없는 물만 먹는 꽃처럼
그것도 안 먹는 벽 위의 박수근처럼
아득히 가난해지길 기다려봅니다
사는 게 다 힘든 거야
그런 충고의 낡은 나무계단 같은 삐걱거림
아닙니다
내게만, 내게만입니다
그리하여 진실된 삶이며 사랑도 내게만 주어지는 것이리라
아주 이기적으로 좀 밝아지는 것이지요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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