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좋은글

여기였으면 좋겠어

 

내가 만약 너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여기였으면 좋겠어.

여기에 있으면 아마 아무도 우리를 찾지 못할거야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우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겠지.

조금 늦었지만 그렇게 우리 둘이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거야.

여긴 비록 아주 작은 동네이긴 하지만 평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왜냐하면 내 옆에는 네가 있을거고 네 옆에는 내가 있을테니까

그것만으로 그 어떤 걱정도 녹을테니까.

우선 자그마한 집을 구해 예쁜 화단을 만들자.

여름에는 화단 앞에서 밥을 먹고,

겨울에는 한 장의 담요를 나란히 뒤집어 쓰고 커피를 마시자.

화단 옆에서 화단이 내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자.

난 너를 위해 상점에서 일을 시작할게.

비록 많은 돈은 벌지 못하겠지만 정말 많은 게 필요 없을 거야.

내가 일이 끝나고 돌아오길 기다려줄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근처 가게에 들러 너와 함께 마실 와인과 치즈를 사갈게.

우리 둘이 작은 테이블에 앉아 그걸 기분만큼 나눠 먹는거야

물론 그전에 넌 네가 좋아하는 작은 초를 몇 개 켜두겠지.

그동안 내가 너 때문에 저질러야 했던 수만 가지 실수들과

죄책감들을 잊고 밤새도록 아주 긴 이야기를 나누자.

여기라면 우리가 꼭 무엇이 될 필요는 없어

그저 둘이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면 되는거야. 아주 조용하게

전화도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 아플 일이 없을테니 약도 필요 없을 거야.

전화가 필요하면 네 귀에 대고 말하면 되고

약이 필요하면 서로의 이마에 오래 손을 얹고 있으면 될 테니까.

세상에 없는 새로운 색깔도 만들자.

세상에 없는 인형들도 만들자.

만약 너와 내가 각자 살다가 문득 사는 게 견딜 수 없이 고달파지면

여기서 만나는 것으로 하자.

기억해줘.

내가 너에게 이야기했던 이곳, 녹스빌을


김동영 /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
[http://solomoon.com/]

'기타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슨 일이 있을 것만 같고  (0) 2009.04.21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어  (0) 2009.04.21
우분투  (0) 2009.04.21
서정적 태도  (0) 2009.04.21
어리숙하고 바보스럽지 않은가  (0) 2009.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