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의 경제노트, 2008.10.15)상황이 얼마나 절박하든지 간에 감사할 최소한의 일은 있기 마련이다.
당신의 아들이 보라색으로 물들인 머리에 코에는 세 개의 고리를 달고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한심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고 하자. 그래도 최소한 무사히 집에 왔으니 좋고, 아들의 웃음소리가 듣기 싫지는 않을 것이다.
세무조사를 알리는 통지서를 받았다고 하자. 그래도 최소한 당신은 이번 달 카드 대금과 주택대출금을 낼 충분한 돈을 갖고 있으니 다행이다.
시어머니가 아이의 교육 문제에 사사건건 잔소리를 해대는 통에 울고 싶을 지경이라고 하자. 그래도 최소한 시어머니는 부부가 함께 외출하는 주말에 아이를 봐줄 것이다. 이처럼 감사할 일은 언제나 있다.
얼마전 늦은 저녁, 저와 함께 있던 친한 친구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고교생 아들을 데리고 있으니 오라는 파출소의 연락이었습니다. 중간고사가 끝난 아들이 친구들과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신고를 받고 온 경찰에게 잡혀 있었던 겁니다.
"아니, 공부해야할 학생이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나 마시다 파출소에 끌려가..."
"그래도 밤도 늦었는데 다친데 없이 무사히 집으로 데리고 올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부모로서 드는 생각은 아마 이 두 가지 중 하나일 겁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후자의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전자의 생각이 들지 않았을 리 없었겠지만 그는 관대했고 현명했습니다. 분명 그 아이는 잘 자랄 겁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감사할 일'은 있습니다. 그렇지요. 찾아보면,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있습니다.
좋은 상황에서야 당연히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해야지요. 내가 맡은 사업부가 최고의 실적을 올려서 두둑한 실적급을 받았다면, 함께 고생한 사업부 직원들에게 감사한 일입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어떤 시험에 합격했다면, 내가 그런 잠재력을 갖고 태어나게 해주신, 그리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신 부보님께 감사한 일입니다.
좋은 상황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못하는 이들도 있으니, 어려운 상황에서 감사한 마음을 갖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생활이 어려워질 때는 더 그럴 겁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마음이 평안해질 수 있고, 불평으로 가득찬 눈에는 보이지 않았을 좋은 해결책도 떠오를 수 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