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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좋은글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꺼야

 

내 나이 서른.
돌이켜보건데 지금까지의 나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모든 걸 내가 할 수 있었고, 또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하지만 훌쩍 떠나보니 내가 알고 있는 건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정작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여행 내내 느꼈다.
그러므로 난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내가 말하던 방식대로가 아니라 제대로 말하는 법,
내가 먹는 것만 먹는 게 아니라 내가 먹을 수 없는 것까지 먹는 법,
그리고 옷을 개는 법, 자고 일어난 자리를 정리하는 법,
심지어 벌여놓은 짐을 다시 싸는 법까지 모든 걸 다시 배워야 했다.
나는 그동안 가방안에 아무렇게나 쑤셔넣은 전선들처럼 엉망으로 엉켜있었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모든 걸 혼자 해야한다고 해서 먹을 먹기보다는
새로 배울 것들 앞에서 설레기도 한다.

초등학교시절, 너무 어려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운동장을 뒹구는 일 밖에 없다면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뜀틀을 넘는 것이다.
이 길위에 수도 없이 놓인 뜀틀을 넘는 것이다.


김동영 /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꺼야 중에서
[http://solom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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