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의 경제노트, 2008.12.23)
경기가 좋으면 값 비싼 위스키 판매가 늘고, 경기가 나쁘면 소주가 잘 팔린다고 한다. 병원도 호황기엔 성형외과가 잘 나가고, 불황기 때는 스트레스 때문에 신경정신과 환자가 늘어난다는 속설이 있다.
여성들의 옷차림과 화장에도 경기가 반영되는데, 예컨대 침체 국면에선 립스틱 판매가 늘어난다고 한다. 가장 적은 돈으로 외모를 가꿀 수 있는 것이 립스틱이기 때문이란다. (42p)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 립스틱 판매가 늘어난다는 경제의 '속설'입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많은 소비자들이 목돈이 들어가는 제품을 사는 것을 꺼립니다. 요즘처럼 자동차나 가구 같은 내구재들의 판매가 불황기에 큰 폭으로 감소하는 이유이지요.
소비자들은 대신 '기분전환용'으로 값싼 상품들을 구매합니다. 립스틱 같은 상품의 판매는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게되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가디언지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최근 이 ‘립스틱 효과'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The "lipstick effect" can be traced back to the Great Depression of the 1930s. In the four years from 1929 to 1933, industrial production in the US halved, but sales of cosmetics rose."
실제로 대공황 당시에 미국의 산업생산은 반토막이 났지만 화장품 매출은 늘어났다고 합니다.
경제에는 이런 속설들이 여러개 있지요. 최근 성형외과와 피부과 병원이 무척 어렵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거품경제기에 전성기를 구가했던 병원들이 불황이 닥치자 소비심리 급변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 역시 호황기에는 성형외과가, 불황기에는 정신과가 잘 나간다는 속설에 부합하는 현상입니다.
립스틱 효과와 성형외과 병원의 어려움.
경기에 따라 변하는 소비자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속설들이자 사례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