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몇 살 적 노트에 남아 있는 빛바랜 낙서를 본다.
통곡할 줄 모르고 열광할 줄 모르던 우리들,
마음 놓고 웃고 울기조차 어쩐지 조심스러웠던 우리의 젊은 날...
환하게 웃지는 못하고 낄낄거리기만 하다가,
때로 느닷없이 눈이 젖어오면 팽 하고 코를 풀어서 눈물을 지워버렸다.
그러다가 우리는 대개, 작고 사소한 의문들 때문에
멍청한 표정을 짓고는 하였다.
깨진 거울 조각들을 주워 맞추다 보니...
거기에 그런 얼굴들이 어른거린다.
김한길 / 눈뜨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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