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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좋은글

항상 곁에 있었다

나는 소극적이었다

첫 고백 비슷한 것을 하는데 1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다

그날은 그녀의 생일이었다

비가 내리는 날 꽃집에 들렀으나

장미 한다발을 차마 사지 못하고 백합 몇송이를 샀다

그녀를 만나 등뒤에 감추던

꽃송이를 전달했고 쪽지를 건넸다

그녀는 말이 없었다

낭패였다

밤새 비를 맞으며 자취방으로 돌아왔을때는 이미 어둠이 묽어지는 새벽이었다

나는 그때 처음 내 가슴속으로 사랑이 들어서는 소리를 들었다

손을 잡을 수조차 없는

오직 설렘이 내 마음을 경작하던

사랑은 옆얼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안에 사랑이 흐르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

장미대신 백합을 건넨 첫 고백 이후

나는 다시 일상처럼 그녀의 겿에 가만히 있었다

억지로 애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항상 곁에 있었다


문태준 / 안개가 번져 멀리 감싸듯

- http://solomoo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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