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어떤 후배님이 물었습니다.
'전직을 생각하고 있는데 어떤 곳으로 옮기는 것이 좋을까요? 회사를 평가할 때 무얼 보시나요?'
전 엉뚱한 대답을 했습니다.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싶어요?'
후배님이 물었습니다.
'라이프 스타일이라뇨? 그게 뭘 말하는 건가요?'
제가 답했습니다.
'캐리어 패스를 생각하는 것은 의외로 쉬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캐리어 패스를 밟아 갔을 때 그래서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어떤 삶의 방식이 기다리고 있느냐, 그리고 그게 자신이 정말 원하는 방식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후배님이 추가 설명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얘길 계속했지요.
'IT컨설턴트를 목표로 했다고 생각해 보지요. 열심히 해서, 그래서 결국 외자계 IT컨설팅 펌의 컨설턴트가 되었어요. 그냥 컨설턴트이냐 시니어 컨설턴트냐에 따라 당신의 연봉은 800만엔에서 1000만엔 정도가 되겠네요. 프린시펄 컨설턴트가 있는 곳이라면 1000만엔 이상도 될 거여요. 그럼 당신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외자계 컨설팅펌의 대명사인 A사를 예로 들어볼까요? 고객사의 프로젝트에 투입되어서 상주하고 있겠죠. 개발자들을 거느리고 사양을 조정하고 스케쥴링하고 기술적 문제를 검토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회의를 하느라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겠죠. 매일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할거에요. 어쩌면 주말에도 나가서 일하겠죠. 물론 매일같이 양복에 넥타이를 메고 다닐 거여요. 가정생활 따위, 희박하겠죠. 장래성은 어떨까요? 컨설팅펌의 컨설턴트라면 그 다음 캐리어는 매니저나 시니어 매니저가 되겠지요. 이는 관리직에다 영업직에다 PM까지를 더한 직책이에요. 기술력과는 전혀 다른 능력을 필요로 하고 경쟁도 심하지요. 디렉터나 파트너로 올라서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도태되겠지요.'
후배의 얼굴이 어두워졌습니다.
'그래도 연봉이 올라갔으니 살만하지 않을까요?'
제가 답했습니다.
'지금이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연봉이 올라가던 말던, 돈은 항상 모자랄 거여요. 남들은 배부른 소릴 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감각이죠. 그리고 개인의 감각이란, 월급쟁이는 월급이 얼마든 언제나 돈이 모자라게 되어 있어요. 거기다 일본에서는 연봉 1,000만엔 대가 파산율이 가장 높다는 통계가 나와 있어요. 1,000만엔은 적지도 않고,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아주 애메한 수준이기 때문이죠.'
후배가 말했습니다.
'그럼 더 벌면요?'
'외자계 금융계를 생각해 봅시다. 당신이 이제부터라도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해서 영어도 잘, 일본어도 잘 하고 금융권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금융지식도 습득했다고 가정하지요. 그럼 당신은 어느 시점에 외자계 금융업체에 채용될 수 있겠지요. 그 때에 연봉은 1500만엔에서 2000만엔까지도 가능하겠지요. 그럼 그 때의 삶의 모습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양복에 넥타이를 메고 사무실에서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게 되겠지요. 주말에는 시스템 관리나 갱신을 위한 이벤트를 관리하느라 거의 회사에 나와 있을지도 몰라요. 가정생활? 이 또한 힘들겠지요. 그나마 좋은 소식은 연봉의 상한선이 IT 컨설턴트의 경우보다는 올라갔다는 것이죠. 하지만 나쁜 소식도 있어요. 당신은 사내정치의 거센 폭풍 속에서 살아남아야 할 것이에요. 어쩜 단지 당신의 상사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지도 몰라요.'
후배의 얼굴빛이 더욱 더 어두워졌습니다. 제가 잔인하게 추가했습니다.
'수입이 2000만엔 정도가 되면 정말 여유가 있을지 어떤지는 전 모르겠어요. 저 역시 아직 그런 수입을 가져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2000만엔이란 숫자가 지금은 커 보일지라도 그곳에 다다르기 위한 노력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대단한 보상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게다가 다른 분야, 그러니까 IT가 아닌 다른 분야 말이에요, 그런 곳에서 그 정도의 노력을 했다면 그 보상은 더 클 수 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가지 더. 당신이 그런 수입을 올렸다고 해도 그 수입은 절대 영구히 보장되는 것이 아니어요. 당신의 회사는 합병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어요. 대량 해고 명단 속에 당신이 포함될 수도 있겠네요. 당신의 올해의 수입이 내년의 수입을 절대 보장해 주지 않아요.'
후배가 외쳤습니다.
'아니 그럼, 이 바닥엔 희망이 없다고 하시는 건가요?'
'아뇨, 전 이 바닥에서 아주 잘 되었을 경우의 상황이 어떨 것인가를 얘기해 주고 있는 거여요. 지금 얘기 해 준 것이 이 바닥에서 제가 알고 있는 상한선이에요.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한에서는 그래요. 이런 상한선에 대해 희망을 느끼는지 절망을 느끼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요. 근데, 당신은 제가 말해 준 그런 식의 삶,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제가 표현했죠?-을 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당신의 30대 후반, 40대가 그런 모습이라는 것은 희망적인가요? 1000만엔이나 2000만엔이란 돈에 자신의 인생의 시간을 온전히 바칠 수 있나요?'
'아뇨, 전 그렇게 바쁘게 힘들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 전 책도 더 읽고 싶고, 가족들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요.'
'그럼 그런 라이프 스타일은 원하지 않는다는 거군요. 그럼 그런 라이프 스타일에 도달하기 위한 캐리어 패스를 고민할 필요도 애초에 없지 않아요? 지금 당신이 고민해야 할 것은 당신이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먼저 정하는 것이고, 그 다음엔 어떤 직업, 경력이 당신을 그런 라이프 스타일에 도달하게 해 줄지에 대한 것이어요. 현재의 직업에 근거해서 단순히 다음 걸음을 준비하다가는 언젠가 나와 같은 후회에 빠질 것이에요. 작은 전투에서는 승리할 지 모르지만 전쟁에서 패배할 지도 몰라요.'
'근데 그렇게 얘기하시면 자영업이나 사업을 하라는 얘기로밖에 안들려요.'
'그것까지 제게 묻지 마세요. 저 역시 고민하는 중이니까. 전 당신보다 먼저 지금 당신이 가려던 길을 가 보았고, 그래서 경험한 것을 말해 주고 있을 뿐이어요. 저 역시 아직 답을 구하는 중이에요.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답은 이미 다 얘길 했어요. 그리고 아마 내가 찾는 답과 당신이 찾는 답은 다를 수도 있겠지요. 그 답까지 제게 알려달라고 하지 마세요. 알지도 못할 뿐더러, 제가 당신의 인생을 책임질 수도, 대신 살아 줄 수도 없어요.'
제가 추가했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회사로 가고, 그 다음엔 어떤 경력을 쌓고... 그런 얘기를 해 줄 수는 있어요. 그런 얘기를 잘 듣고 열심히 노력하면 다음 스텝, 그리고 또 그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겠죠. 그런데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어디에 도착할 건가요? 그리고 그 곳은 정말 자신이 원하는 곳인지요? 그 때 가서 '이 산이 아닌가벼!'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어찌 할까요? 인생의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데?
그래서 캐리어를 생각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생각하라고 한 것이어요. 그 다음에 그 라이프 스타일을 얻을 수 있는 캐리어를 생각하세요. 그러니, 그렇게 생각한 후에 그래도 결론이 IT 컨설팅이라면 그때 다시 내게 물어 보세요. 그럼 그때는 보다 구체적인 대답을 하지요.'
후배의 얼굴이 침울합니다. 마지막 마무리로 한마디를 추가했습니다.
' 갓 태어난 아이에게 넌 어차피 죽을 거라고 얘길해 주면 그 아이는 모든게 허망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죽어 버릴수도 있겠지요. 당신이 그런 아기라면 그런 아기에겐 어차피 죽을거라는 얘기 따위 안 해 주는 것이 더 좋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사춘기를 지난 성인이라면 어차피 모든 생명체는 죽는다는 전제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유효하게 사용할 지를 고민할 수도 있겠지요. 어차피 죽을 것이라는 사실이 그 얘기를 듣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는 거지요. 제가 당신에게 이런 얘기를 한 이유를 잘 생각해 보세요.
한가지 더. 위의 내가 한 얘기들은 내가 알고 있는 개인적인 경험치에 근거한 얘기들이에요. 그러니 당신은 내가 경험한 것들을 뛰어넘을수 있다면 더 멋진 성취를 이룰수도 있어요. 아니면 내가 했던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고 다른 분야로 이동할 수도 있겠지요.(물론 그 분야가 이 업계보다 나은지 아닌지는 전 몰라요. 그건 그 곳의 선배들에게 확인하세요.) 무엇이 옳은 지는 저도 몰라요. 내가 비록 당신보다는 선배라고 하지만 어차피 개인적인 경험이외에는 알 지 못하고,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임에는 다를 바 없으니까요.
자,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고민해 보도록 하시고, 일단은 맥주나 마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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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실제 모 후배와 했던 얘기들을 기초로 조금 각색을 했습니다.
저 후배와 마찬가지로 캐리어 패스에 대해 묻는 이는 많지만, 그 캐리어 패스가 자신을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 그리고 그 곳이 정말 자신이 원하는 그런 곳인지를 확인하려는 분들은 별로 없는 듯 합니다. 그게 평소에 불안했지요. 그래서 길지만, 썼습니다.
'전직을 생각하고 있는데 어떤 곳으로 옮기는 것이 좋을까요? 회사를 평가할 때 무얼 보시나요?'
전 엉뚱한 대답을 했습니다.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싶어요?'
후배님이 물었습니다.
'라이프 스타일이라뇨? 그게 뭘 말하는 건가요?'
제가 답했습니다.
'캐리어 패스를 생각하는 것은 의외로 쉬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캐리어 패스를 밟아 갔을 때 그래서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어떤 삶의 방식이 기다리고 있느냐, 그리고 그게 자신이 정말 원하는 방식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후배님이 추가 설명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얘길 계속했지요.
'IT컨설턴트를 목표로 했다고 생각해 보지요. 열심히 해서, 그래서 결국 외자계 IT컨설팅 펌의 컨설턴트가 되었어요. 그냥 컨설턴트이냐 시니어 컨설턴트냐에 따라 당신의 연봉은 800만엔에서 1000만엔 정도가 되겠네요. 프린시펄 컨설턴트가 있는 곳이라면 1000만엔 이상도 될 거여요. 그럼 당신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외자계 컨설팅펌의 대명사인 A사를 예로 들어볼까요? 고객사의 프로젝트에 투입되어서 상주하고 있겠죠. 개발자들을 거느리고 사양을 조정하고 스케쥴링하고 기술적 문제를 검토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회의를 하느라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겠죠. 매일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할거에요. 어쩌면 주말에도 나가서 일하겠죠. 물론 매일같이 양복에 넥타이를 메고 다닐 거여요. 가정생활 따위, 희박하겠죠. 장래성은 어떨까요? 컨설팅펌의 컨설턴트라면 그 다음 캐리어는 매니저나 시니어 매니저가 되겠지요. 이는 관리직에다 영업직에다 PM까지를 더한 직책이에요. 기술력과는 전혀 다른 능력을 필요로 하고 경쟁도 심하지요. 디렉터나 파트너로 올라서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도태되겠지요.'
후배의 얼굴이 어두워졌습니다.
'그래도 연봉이 올라갔으니 살만하지 않을까요?'
제가 답했습니다.
'지금이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연봉이 올라가던 말던, 돈은 항상 모자랄 거여요. 남들은 배부른 소릴 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감각이죠. 그리고 개인의 감각이란, 월급쟁이는 월급이 얼마든 언제나 돈이 모자라게 되어 있어요. 거기다 일본에서는 연봉 1,000만엔 대가 파산율이 가장 높다는 통계가 나와 있어요. 1,000만엔은 적지도 않고,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아주 애메한 수준이기 때문이죠.'
후배가 말했습니다.
'그럼 더 벌면요?'
'외자계 금융계를 생각해 봅시다. 당신이 이제부터라도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해서 영어도 잘, 일본어도 잘 하고 금융권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금융지식도 습득했다고 가정하지요. 그럼 당신은 어느 시점에 외자계 금융업체에 채용될 수 있겠지요. 그 때에 연봉은 1500만엔에서 2000만엔까지도 가능하겠지요. 그럼 그 때의 삶의 모습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양복에 넥타이를 메고 사무실에서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게 되겠지요. 주말에는 시스템 관리나 갱신을 위한 이벤트를 관리하느라 거의 회사에 나와 있을지도 몰라요. 가정생활? 이 또한 힘들겠지요. 그나마 좋은 소식은 연봉의 상한선이 IT 컨설턴트의 경우보다는 올라갔다는 것이죠. 하지만 나쁜 소식도 있어요. 당신은 사내정치의 거센 폭풍 속에서 살아남아야 할 것이에요. 어쩜 단지 당신의 상사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지도 몰라요.'
후배의 얼굴빛이 더욱 더 어두워졌습니다. 제가 잔인하게 추가했습니다.
'수입이 2000만엔 정도가 되면 정말 여유가 있을지 어떤지는 전 모르겠어요. 저 역시 아직 그런 수입을 가져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2000만엔이란 숫자가 지금은 커 보일지라도 그곳에 다다르기 위한 노력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대단한 보상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게다가 다른 분야, 그러니까 IT가 아닌 다른 분야 말이에요, 그런 곳에서 그 정도의 노력을 했다면 그 보상은 더 클 수 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가지 더. 당신이 그런 수입을 올렸다고 해도 그 수입은 절대 영구히 보장되는 것이 아니어요. 당신의 회사는 합병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어요. 대량 해고 명단 속에 당신이 포함될 수도 있겠네요. 당신의 올해의 수입이 내년의 수입을 절대 보장해 주지 않아요.'
후배가 외쳤습니다.
'아니 그럼, 이 바닥엔 희망이 없다고 하시는 건가요?'
'아뇨, 전 이 바닥에서 아주 잘 되었을 경우의 상황이 어떨 것인가를 얘기해 주고 있는 거여요. 지금 얘기 해 준 것이 이 바닥에서 제가 알고 있는 상한선이에요.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한에서는 그래요. 이런 상한선에 대해 희망을 느끼는지 절망을 느끼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요. 근데, 당신은 제가 말해 준 그런 식의 삶,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제가 표현했죠?-을 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당신의 30대 후반, 40대가 그런 모습이라는 것은 희망적인가요? 1000만엔이나 2000만엔이란 돈에 자신의 인생의 시간을 온전히 바칠 수 있나요?'
'아뇨, 전 그렇게 바쁘게 힘들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 전 책도 더 읽고 싶고, 가족들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요.'
'그럼 그런 라이프 스타일은 원하지 않는다는 거군요. 그럼 그런 라이프 스타일에 도달하기 위한 캐리어 패스를 고민할 필요도 애초에 없지 않아요? 지금 당신이 고민해야 할 것은 당신이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먼저 정하는 것이고, 그 다음엔 어떤 직업, 경력이 당신을 그런 라이프 스타일에 도달하게 해 줄지에 대한 것이어요. 현재의 직업에 근거해서 단순히 다음 걸음을 준비하다가는 언젠가 나와 같은 후회에 빠질 것이에요. 작은 전투에서는 승리할 지 모르지만 전쟁에서 패배할 지도 몰라요.'
'근데 그렇게 얘기하시면 자영업이나 사업을 하라는 얘기로밖에 안들려요.'
'그것까지 제게 묻지 마세요. 저 역시 고민하는 중이니까. 전 당신보다 먼저 지금 당신이 가려던 길을 가 보았고, 그래서 경험한 것을 말해 주고 있을 뿐이어요. 저 역시 아직 답을 구하는 중이에요.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답은 이미 다 얘길 했어요. 그리고 아마 내가 찾는 답과 당신이 찾는 답은 다를 수도 있겠지요. 그 답까지 제게 알려달라고 하지 마세요. 알지도 못할 뿐더러, 제가 당신의 인생을 책임질 수도, 대신 살아 줄 수도 없어요.'
제가 추가했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회사로 가고, 그 다음엔 어떤 경력을 쌓고... 그런 얘기를 해 줄 수는 있어요. 그런 얘기를 잘 듣고 열심히 노력하면 다음 스텝, 그리고 또 그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겠죠. 그런데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어디에 도착할 건가요? 그리고 그 곳은 정말 자신이 원하는 곳인지요? 그 때 가서 '이 산이 아닌가벼!'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어찌 할까요? 인생의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데?
그래서 캐리어를 생각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생각하라고 한 것이어요. 그 다음에 그 라이프 스타일을 얻을 수 있는 캐리어를 생각하세요. 그러니, 그렇게 생각한 후에 그래도 결론이 IT 컨설팅이라면 그때 다시 내게 물어 보세요. 그럼 그때는 보다 구체적인 대답을 하지요.'
후배의 얼굴이 침울합니다. 마지막 마무리로 한마디를 추가했습니다.
' 갓 태어난 아이에게 넌 어차피 죽을 거라고 얘길해 주면 그 아이는 모든게 허망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죽어 버릴수도 있겠지요. 당신이 그런 아기라면 그런 아기에겐 어차피 죽을거라는 얘기 따위 안 해 주는 것이 더 좋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사춘기를 지난 성인이라면 어차피 모든 생명체는 죽는다는 전제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유효하게 사용할 지를 고민할 수도 있겠지요. 어차피 죽을 것이라는 사실이 그 얘기를 듣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는 거지요. 제가 당신에게 이런 얘기를 한 이유를 잘 생각해 보세요.
한가지 더. 위의 내가 한 얘기들은 내가 알고 있는 개인적인 경험치에 근거한 얘기들이에요. 그러니 당신은 내가 경험한 것들을 뛰어넘을수 있다면 더 멋진 성취를 이룰수도 있어요. 아니면 내가 했던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고 다른 분야로 이동할 수도 있겠지요.(물론 그 분야가 이 업계보다 나은지 아닌지는 전 몰라요. 그건 그 곳의 선배들에게 확인하세요.) 무엇이 옳은 지는 저도 몰라요. 내가 비록 당신보다는 선배라고 하지만 어차피 개인적인 경험이외에는 알 지 못하고,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임에는 다를 바 없으니까요.
자,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고민해 보도록 하시고, 일단은 맥주나 마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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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실제 모 후배와 했던 얘기들을 기초로 조금 각색을 했습니다.
저 후배와 마찬가지로 캐리어 패스에 대해 묻는 이는 많지만, 그 캐리어 패스가 자신을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 그리고 그 곳이 정말 자신이 원하는 그런 곳인지를 확인하려는 분들은 별로 없는 듯 합니다. 그게 평소에 불안했지요. 그래서 길지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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