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의 경제노트, 2008.12.10)중앙은행은 콜금리(현재는 RP금리)만 조절하고, 이는 장기금리를 통해 최종적으로 금융기관 창구금리(예금-대출금리)에 반영된다. 단기금리 - 장기금리 - 창구금리 - 경기와 인플레로 이어지는 과정이 바로 통화정책의 파급경로다.
물론 금리가 이론대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통화당국의 의지대로만 따라가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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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금리와 국공채 금리가 지금처럼 벌어진 것은 처음 본다."어제 송년모임에서 만난 한 금융기관 간부의 이야기입니다.
요즘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여러번 정책금리를 인하했지만 시중금리는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경제노트에서는 금리가 결정되는 메카니즘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 지금 그것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메카니즘은 이렇습니다. 한은이 경제상황에 따라 매달 정책금리를 정하면 이는 단기금리, 장기금리를 거쳐 최종적으로 금융기관의 창구금리에 영향을 미칩니다. 기업과 가정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예금을 할 때 주거나 받는 금리가 이런 루트를 통해 오르거나 내리는 겁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통화정책의 목적인 경기상황에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그런데 이런 메카니즘이 현재 작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금통위가 시중금리를 내리기 위해 지난 10월부터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1.25%포인트나 인하했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원론적으로도 중앙은행은 장기금리를 직접 좌지우지할 수는 없습니다. 경기에 대한 기대심리나 인플레 전망도 마찬가지이지요. 정책금리만 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정책금리 조정을 통해 장기금리와 경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의도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경제에는 '신뢰'의 위기와 은행권의 BIS 자기자본비율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건설사, 중소조선사 등의 부실 우려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은행권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대출을 오히려 조이고 있습니다. '신용경색'(Credit Crunch)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10년전인 1998년 외환위기 직후에도 비슷한 신용경색이 발생했었지요. 당시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자 은행들은 BIS 자기자본비율 때문에 기업대출을 사실상 중단했습니다. BIS비율이 낮은 은행은 '퇴출'이 되기 때문에 은행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대출금을 회수했고 정상적인 기업에도 대출을 기피했습니다. 당시에도 한은이 경기활성화를 위해 돈을 풀었지만, 돈은 기업이나 개인으로 가지 못하고 계속 금융권에서 맴돌았습니다.
신용경색(Credit Crunch)과 신뢰의 위기 속에서 마비되어 있는 통화정책의 메카니즘. 우리 금융시장의 현재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