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의 경제노트, 2008.10.1)환율도 가격이다. 가격은 늘 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지 내릴지는 신도 모른다. 그저 예측할 뿐이다.
이런 환율변동성 때문에 외환거래에는 늘 리스크가 따라다닌다. 이익(환차익)도 보지만 손실(환차손)을 입을 수도 있다. 외환 거래자들에겐 언제나 환리스크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는 압박감이 있다. 환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고안된 거래, 즉 '헤지(hedge)거래'가 바로 선물환이다.
외환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키코'라는 금융상품 때문에 환 헤지거래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헤지거래는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매 만들어진 거래이지요. 항상 변하는 환율. 특히 요즘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그 변동폭도 크기 마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외거래가 많은 기업의 경우 예기치못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손실 위험을 피하기 위한 거래가 환 헤지거래인 셈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수출업체가 미국의 B사에게 한달 뒤 수출대금 100만 달러를 받기로 되어있다고 가정해봅시다. A사는 현재 1200원정도인 원달러 환율로 계산해 12억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원자재 구입 등의 지출계획을 세웁니다.
한달 후 원달러 환율이 지금의 1200원 그대로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1000원으로 떨어지면 100만 달러는 10억원으로 줄어들어 2억원이라는 손실을 보게 됩니다. 물론 환율이 1400원으로 뛴다면 14억원이 되니 이익을 볼 수도 있습니다.
기업의 능력이 아닌 외환시장의 상황에 따라 뜻밖의 손실도 볼 수 있고 이익도 얻을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A기업은 선물환 매도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선물환은 미래 특정시점의 환율을 예상해 거래계약을 지금 맺고, 그 시점이 도래하면 그 때 결제하는 것입니다.
A사는 선물환 시장에서 한달 뒤 100만 달러를 1000원에 파는 선물환 매도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A기업은 한달 뒤에 환율이 어떻게 변하든지 약정한 1000원에 100만 달러를 팔고 10억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환율상승에 의한 환차익을 얻을 기회가 없어지긴 했지만, 동시에 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손 위험도 없앤 겁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키코(KIKO)는 'knock-in knock-out'의 약자인 외환파생상품입니다.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경우 기업이 미리 정한 환율로 계약금액의 외화를 은행에 팔 수 있는 권리를 줍니다. 하지만 환율이 그 범위를 벗어나 상승하면 문제가 커집니다.
예를 들어 계약환율을 980원, 환율범위를 900~1000원으로 했을 경우, 환율이 900~980원대에서 움직이면 기업은 달러당 980원에 약정한 수출대금을 원화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익인 셈입니다.
하지만 환율이 급등해 1000원을 넘어서면(Knock In) 계약금액의 2~3배의 달러를 시중에서 사서 계약환율 980원에 팔아야합니다. 환율이 오를 수록 큰 손실을 보게되는 겁니다. 환율이 일정 수준(900원) 밑으로 떨어지면(Knock Out) 계약은 무효가 됩니다. 그 구조를 보면 '위험'이 높은 상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이 키코로 인한 일부 중소기업들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 지원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건실한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몇몇 기업의 사례를 보면 순수한 의미의 '환위험 회피' 목적이었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투기' 또는 '무지'의 흔적이 보인다는 지적입니다.
정부가 환헤지 관련 금융상품을 남용했다가 손해를 본 기업들의 부실까지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주어서는 안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