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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좋은글

좋은 친구가 놀라운 것은 거기에 놀라운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

바다가 놀라운 것은 거기에 놀라운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친구가 놀라운 것은 거기에 놀라운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과연 놀랍다! (55p)
김현 지음 '행복한 책읽기 - 김현의 일기 1986~1989' 중에서 (문학과지성사)
진정한 친구와는 서로 아무 말 없이 오래 있어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의례적인 말이 필요 없는, 편하고 마음이 놓이는 사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가 끊기면 꼭 필요하지도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게되지요.
오래간만에 만나도 같이 있는 것만으로 편안한 친구. 그런 친구가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겁니다.
 
바다가 놀라운 것은 거기에 놀라운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좋은 친구가 놀라운 것은 거기에 놀라운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과연 놀랍다...
 
'놀라움'이 없는 좋은 친구, '놀라움'이 없는 바다... 다른 존재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억지로 '놀라움'을 찾아 헤맬 필요 없습니다. 행복은 그런 놀라운 것 하나 없는 존재들 속에 있을테니까요.
 
비오는 여름 저녁, 1990년 작고한 문학평론가 김현의 '일기'를 들춰보다 느낀 편안한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