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좋은글

산다는 것, 살아남는다는 것

" 어머니, 저는 지금까지 세상을 너무 몰랐어요."

" 지금까지라니...."

어머니는 엷은 미소를 띠며 뭔가 말씀을 하시려 했다.

" 그럼 이제 세상을 알게 됐단 말이니?"

나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뜨거워졌다.

" 세상은, 몰라."

어머니는 천장을 바라보시며 혼잣말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 나는 몰라. 그걸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 않겠니?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모두들 어린 아이야. 아무것도 모른다구."

하지만 나는 살아 나가야 한다.

어린애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제까지나 응석받이로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이제부터 세상과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아아, 어머니처럼, 사람들과 다투지 않고, 증오도 원망도 없이

아름답고 가련하게 생을 마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우리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죽어가는 사람은 아름답다.

산다는 것, 살아남는다는 것.

그건 너무나 추잡하고, 생피 냄새 나는, 더럽기 그지 없는일이란 생각도 든다.

나는 알을 배고 구멍을 파는 뱀의 모습을 다다미 위에 앉아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내겐 끝까지 단념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비열해도 좋다.

나는 살아남아서 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세상과 맞서 나갈 것이다.



다자이 오자무 / 사양 中
[http://solomoon.com/]

'기타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대한 하루  (0) 2009.04.16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것은  (0) 2009.04.16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0) 2009.04.16
감정관리  (0) 2009.04.16
맨 앞에 서진 못하였지만  (0) 2009.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