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의 경제노트, 2008.12.18)1990년대 말 일본 중앙은행은 '잃어버린 10년'의 장기불황과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제로금리' 정책을 폈다. 0% 금리라면? 돈을 공짜로 빌려준다는 얘기다.
이자 없이 거저 대출해줄테니, 제발 투자도 하고 소비도 하라는 무제한적인 통화팽창 정책이었다. 일본 중앙은행은 이를 '양적 완화' 정책이라고 불렀다.
(74p)
요즘 각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비상조치'들을 내놓고 있지요. 그만큼 경제가 '비상상황'에 빠져있다는 의미입니다.
우선 미국 중앙은행의 '제로금리' 정책과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이 눈에 띕니다. 제로금리야 그 의미를 바로 알 수 있지만, '양적 완화' 정책은 조금 생소하지요.
이는 중앙은행이 금리정책이 한계에 달했을 때 통화량 자체를 늘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장기국채 등을 직접 매입해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합니다. 디플레이션만은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미국 중앙은행의 필사적인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금융시장이 정상일 때는 중앙은행이 정책금리 인하를 통해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미국처럼 금리를 계속 인하해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수준, 즉 '제로금리'까지 왔다면, 이제 다른 방법이 없겠지요.
다시말해 돈을 공짜로 빌려주겠다고 해도 자금경색이 지속되고 경기침체가 심해질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직접 돈을 푸는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얘깁니다.`제로금리'에 더해 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푸는 것이 바로 이 '양적 완화' 정책입니다.
일본도 2000년대 초반에 바로 이 양적 완화 정책을 폈습니다. 장기침체로 일본 중앙은행이 1990년대말에 제로금리 정책을 내놓았지만, 그래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이런 극단적인 통화팽창 정책을 펼쳤던 것입니다.
사실 중앙은행이 '비상조치'를 내놓고 있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오늘 한국은행이 20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은행권 자본확충펀드에 10조 원을 `대출 형식'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야말로 '비상조치'입니다.
한은은 원래 공개시장 조작 같은 수단을 통해 통화정책을 펼칩니다. 하지만 이런 일상적인 수단으로는 도저히 문제해결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왔다고 판단, 대출 형식으로 돈을 직접 지원키로 한 겁니다. 물론 이런 조치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비상조치를 내놓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모습 속에서 요즘 경제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