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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과 주거비용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10억 원에 구입한 이호리는 2억 원에 전세를 내줬습니다. 집값은 해마다 오르고 게다가 2억 원의 전세금을 은행에 예금하자, 이호리는 월 100만원 (연리 6%) 가까운 이자 소득을 얻습니다.
이호리에게 은마아파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입니다. 고정적인 이자 소득을 확보한 이호리는 요즘 손주들에게 용돈도 많이 줍니다.
 
하지만 경제학자의 계산은 다릅니다. 이호리가 은마아파트에 지급한 비용 10억 원에 대한 금융 비용은 같은 이율 (연리 6%)을 적용해도 매달 500만 원의 이자를 소비합니다. 다시 말해 이호리는 매달 500만 원의 비용을 지급하며 은마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주택 구입자들은 이 같은 주거 비용, 특히 주거 비용에 따른 금융 비용을 잘 따지지 않습니다. (342p)
 
김원장 지음, 최성민 그림 '김원장 기자의 도시락 경제학 - 매일매일 꺼내 읽는 쉽고 맛있는 경제 이야기' 중에서 (해냄)
요즘 아파트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은 분위기가 언제 경제위기가 있었느냐 싶을 정도입니다. 서울 강남의 몇몇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요.
국토해양부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77제곱미터)가 6월의 9억4000만원에서 7월에 10억원으로 거래신고됐습니다.
 
최근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시중에 유동성(돈)이 많이 풀려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돈을 많이 푼데다 기준금리도 6개월째 연 2.0%라는 매우 낮은 수준에서 묶어놓고 있는 것이 원인입니다.
경제위기의 조기극복이 아무리 중요하다해도 부동산 시장이 더 과열된다면 정부로서도 커다란 부담이 됩니다. 정책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미 한국은행은 '금리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가격을 전망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특히 단기적인 가격은 그것이 '가치' 보다는 '사람의 심리'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더 어렵지요. '가치'야 과학적으로 분석을 하면 나올 수도 있지만, '사람의 심리'는 예측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전문가라는 분들의 말을 들어보아도, 사실 큰 도움은 안됩니다. 주식시장도 그렇지만 들어보면 하락기에는 계속 떨어질 것만 같고, 상승기에는 계속 오를 것만 같습니다. 물론 아닙니다. 주의 깊게 들어는 보아야하지만 결국은 참고만 하고 스스로 선택해야합니다.
 
"10억 원짜리 아파트에 사는 것은 하루 투숙비가 20만 원인 호텔에서 매일 생활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파트 가격 거품론이 제기될 때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주거 비용'의 문제입니다. 저자가 이를 재미있게 표현했더군요. 저자의 말대로 우리 주변에는 주거비용, 금융비용은 생각하지 않는 '이호리씨' 같은 분들이 있습니다. 사놓은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르니 좋고, 받은 전세금은 매달 꼬박꼬박 이자를 받으니 좋고... 금융 비용은 생각하지 않고, 아파트 가격 상승과 전세금에 의한 이익만 생각합니다.
 
물론 경제학자의 계산은 다릅니다. 최근 10억 원에 거래가 됐다는 은마아파트. 그 아파트를 산 사람은 매달 500만 원의 비용을 주면서 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경제학자는 생각합니다. '하루 투숙비 20만 원' 표현은 그래서 나옵니다.(물론 지금은 연 2.0%라는 초저금리 시기이니 구체적인 수치는 달라집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는 경제학자들이 부동산이나 주식에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소리는 잘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너무 '경제학적'으로 따지다보니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해서였을 겁니다. 그보다는 '시류', '흐름'에 맞게 따라간 쪽이 돈을 더 잘 벌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앞으로도 계속 '이호리씨'가 '경제학자'보다 부동산이나 주식투자에서 돈을 잘 벌까요? 가족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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