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보게된건 아마 한 2주쯤 전이었을거에요.
점심을 먹고 도서관으로 돌아왔더니 한 여학생이 내 자리에 앉아 있었죠.
뭐~ 앉아 있는거까진 좋은데 아예 잠을 자고 있었어요.
흔들어 깨우려고 손을 내밀다가 나도 모르게 손길이 멎었습니다.
얼마나 깊이 잠들었는지 꿈속에서 헛손질까지 하고 있었거든요.
순간 안스러운 맘이 들었죠.
좀 있다가 다시 올까 싶었는데,
내 인기척 때문인지 마침 그녀가 눈을 뜨더라고요.
쭈뼛거리고 있는 날 보더니 그녀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로 물었죠.
여기, 자리 주인이세요?
그러더니 대답도 안듣곤 짐을 치워선 다른 자리로 옮겨갔어요.
얼굴엔 시계 자국이 선명한채로...
그날...부터였습니다. 도서관에 오면 그녀부터 찾고
그녀가 내 주위에 있으면 은근 슬쩍 자리를 비켜주는 일.
그래서 요즘 난 누구보다 일찍 도서관에 오는데 늘 내 자리가 없습니다.
女
아침잠이 많은 나는 늘 도서관에서 메뚜기 신세예요.
잠깐 앉았다가 주인이 오면 폴짝 다른 자리로 옮겨가고, 또 옮겨가고.
메뚜기 생활에서 제일 힘든 건,
언제 주인이 올 줄 몰라서 편안하게 졸 수가 없다는 거죠.
뭐! 물론 그렇다고 안자는 건 아니지만...
아후. 얼마 전엔 걱정하던 최악의 사태가 일어났었잖아요.
그날 따라 너무 잠이 와서 깜빡 졸다가 눈을 떴는데
자리 주인이 나를 보고있더라구요.
하필이면 그 자리 주인이 허여멀겋고 잘생긴
바로 내가 찍어놨던 남자였었죠.
잠에서 깬 흐리 멍텅한 눈으로 그 사람을 보는 순간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고 싶었어요.
뭐~ 요즘은 꽤 운이 좋은 편이에요.
내 근처에 일찌감치 빈자리가 하나씩 생기거든요.
그리고 뭐 잠깐씩이지만 그 허여멀건이도 매일 보이고.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요. 첫대면을 그런 식으로 했는데...
당분간은 혼자서 좋아하는 수밖에요.
그 사람한테 내 첫인상이 빨리 지워지기만 기다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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