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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고 싶은 날

고독한마법사 2009. 5. 11. 10:21

그러니까, 흠뻑 취하고 싶은 날이 있다.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모든 생각을 일시정지 시키고,
풍선처럼 허공에 둥실 떠오르고 싶어질 때가 있다.
비록 그것이 아주 짧고 불완전한 비행일지라도,
루돌프처럼 코가 빨개지도록,
루돌프의 목도리처럼 목이 빨개지도록,
허연 눈물을 펑펑 쏟아 눈까지 빨개지도록,
무언가가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한 나날들에 대한,
누군가 사랑하고 싶었으나 사랑하지 못한 나날들에 대한,
어딘가 떠나고 싶었으나 떠나지 못한 나날들에 대해,

모든 기억들을 삭제하고 처음 받은 새 공책을 펼치듯,
하얗게 시작하고 싶어지는날이 있다.

요오나 / 내 방에는 돌고래가 산다
[http://solom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