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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좋은글

그렇지 않은가요?

"나는 그때까지 운명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예스냐 노냐,
그렇게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전에 답이 준비돼 있는 것,
그래서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그는 거기까지 말하고 짧은 한숨을 쉬었다.
나는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날까지 난 그렇게 믿고 있었어. 그녀의 손이 처음 내 손에 닿은 그날 밤까지는....."


만약 운명이란 게 있다면.
나는 생각했다.
운명은 언젠가 내게 소중한 것을 줘놓고는,
또 언젠가 가차없이 그것을 빼앗아가 버릴 것인가?
아니면, 벌써 이미?

나는 지금, 분명하게 생각한다.
언젠가,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리라고.
그리고 그 사람을 살아 있게 하기 위해서, 그 손을 절대 놓지 않으리라고.
그렇다. 설사 사자가 덮친다 해도.
결국은 소중한 사람의 손을 찾아 그 손을 꼭 잡고 있기 위해서.
오직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이 싱겁게 흘러가는 시간을 그럭저럭 살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요?


연애소설 / 가네시로 가즈키
[http://solom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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