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좋은글

좋았다

고독한마법사 2009. 12. 28. 13:23
칭찬 받는 것이 좋았다.

음악을 조금 안다는 말을 들었을 때나

어려 보인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보기 보단 내가 따뜻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좋았다.

나는 예민하지만 예리한 것도 좋았다.

뭔가 잘 잊어버리는 습관도 좋았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황홀한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무엇이든 즐길 준비가 된 듯한 오후의 냄새도 좋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도 좋았다.

내가 이제까지 말로만 떠벌렸던 꿈들도 좋았다.

네가 나와 같은 책을 읽지 않아도 좋았다.

우리가 못할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도 좋았다.

내 인생이 한번 시작된 이후로 자꾸 얇아지고 얇아져 금세 부서질 것 같아도 좋았다.

또 좋은 인생인지 나쁜 인생인지 판단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 / 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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