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좋은글

어떻게 사귀게 되었을 것 같아

고독한마법사 2009. 4. 21. 18:37
그는 오늘도 아들과 압구정 까페에 앉아 있었다.

통유리 밖 횡단보도에 한 커플이 눈에 들어온다.

서로 죽고 못 산다는 표정의 연인들.

그가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빠)“아들, 너 저기 횡단보도에 형이랑 누나 보이지?

저 둘이 어떻게 사귀게 되었을 것 같아?”

아들은 잠시 바라보다가 “아빤 별 게 다 궁금해?”라며 핀잔을 줬다.

(아빠) “아빤 말이야, 저 둘이 이렇게 시작되었을 것 같아.

어느 날 형이 자판기 커피를 빼들고 학교 옥상에 올라갔는데 말이야.

거기 난간에 누나가 먼 곳을 바라보면서 서 있는 거야.

형은 누가 옆으로 다가가 자신이 마시려고 했던 커피 잔을 내밀었어.

이유 없이 커피 한 잔을 받아 든 누나는

이걸 왜 주냐는 듯한 표정으로 형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야.

그때 형은 ‘그냥요.....’라며 쑥스럽게 피식피식 웃기만 했을 거야.

저 둘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을 것 같아.”

그리고 그 순간 이런 배경음악이 흘렀을 것 같다며

잭 존슨의 Better Together 가 흘러나오는 mp3 이어폰을 아들 귀에 꽂아 주었다.


김혜경 /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 중에서
[http://solom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