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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쪽이 더 슬픈 것일까

고독한마법사 2009. 7. 29. 10:55
어느쪽이 더 슬픈 것일까.
이별 후에야 아프게 깨닫는 사랑과
이별을 준비하며 그래도 견디는 사랑.

세상엔 태양과 달처럼 엇갈리는 인연이 있는 것 같아.
같은 하늘 아래서는 함께 빛날 수 없는 인연.
자꾸 억울해.
하나는 태양을 닮고 하나는 달을 닮아서 나란히 설수 없는 두사람이라면
처음 그날 우리는 왜 서로의 앞에서 멈춰 섰던 것일까?
주어진 인연대로 엇갈리지 않고, 왜.

세상의 수많은 길을 함께 걷기로 했던 우리에게
'여기까지'라는 말은 없을 줄 알았는데.
무너지고, 넘치기 시작했어.
꾸역꾸역 슬픔이 비집고 나와.
새로운 무엇도 담을 수가 없으니 네가 빠져나간 자리는 무엇으로 채우지?
물 한모금도 눈물이 되는데.
아픔이 또렷하게 가르쳐 주는 것들이 있어.
심장이 내 어디에 있는지를 느끼게 하는 아픔.




사랑에 대해서 나는 무엇을 바랐을까?
너랑 도서관에 마주 앉아서 책을 읽다가
나무 아래를 산책하고 커피 한 잔을 둘이 나눠 마시는 것.
햇빛 좋은 날엔 나무 의자에 앉아 머리를 맞대로 한 권의 책을 함께 읽는 것.
내가 다 읽기를 기다려 너는 책장을 넘기고 가끔 마주보고 웃는 것.

사랑은 끝나면 어디로 가느냐고 질문했었지.
사랑은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내 안에 향기로 물들어 있어.
너를 닮아버린 내 습관. 내 안에 배어 있는 너의 기억들.




'진짜사랑'에 대해 상상해본 적이 있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이 있는 것 같은 사랑.
내 안에 그 사람이 꽉 차 있어서 어딜 가도 그 사람 내 곁에 있는 것 같고
혼자 있는 순간에도 외롭지 않은 것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 했는데.
혼자 있는데도 함께 있는 느낌
그게 진짜 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깊은 외로움이라는 건 알겠어.
혼자 걷는 내 길, 어디 가도 네가 있어서.




해바라기는 바라만 볼 뿐 태양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잖아요.
손잡을 수 없어도 사랑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거 그게 사랑일 수 있을까요?

주지 못하는 해바라기도 마음 아플 거예요. 마음, 아프네요.


정현주 / 사랑에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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