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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별은 엉망진창이다

고독한마법사 2009. 6. 29. 11:17
슬픔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갑자기 튀어나와 나를 찌르곤 해.

종이에 베인다거나 날카로운 펜에 찔린다거나, 그런 것과 비슷해.

이를테면 책갈피 속에 꽂혀 있는 콘서트 티켓이라거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라거나

늦은 밤, 우리 집 창 밖에 서서

오래오래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사람이

우리가 공유했던 것들을 상기시킬 때,

아픔은 내가 뒤집어쓰고 있는 딱딱한 껍질을 뚫고 단번에 심장에 이르러.

우리는 어쩌자고 그렇게 많은 것들을 함께 나누었을까.

그 순간은 행복했고 모든 추억은 지나고 나면

아름다워지는 거라고는 제발, 말하지 마.

어쩌면 나는 나에게 주어진 삶의 행복을 모두 다 소모해버린 건지도 몰라.

너를 만난 이후부터, 나는 늘 우리가 서로를 알지 못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두려움에 떨었어.

어째서 우리는 그 이전에도 존재할 수 있었던 걸까?

하지만 그 두려움은 한편으로,

우리가 두 번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에서 기인했던 거야.

이제 우리는 헤어졌지만, 그래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서로의 존재를 영원히 지울 수 없겠지.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가 서로 만나기

전에 얼마나 외로웠는지에 대해 알아버렸으니까.

몰랐으면 좋았을걸. 내 안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외로움의 깊이 같은 건,

정말로 정말로 몰랐으면 좋았을걸.

우린 그저 서로에게 그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만났을 뿐이란 걸 생각하면,

이 슬픔을 이겨낼 길이 없을 것만 같아.

- S 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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