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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야

고독한마법사 2010. 1. 4. 10:33
여보세요? 응, 나야.
그래, 어디 좀 왔어.
그냥 그곳이 아닌 다른 곳이지.
여기가 어디인가 하는 것보다 '다른 곳'이라는게 중요했어.
뭐? 아냐, 아무 일도 없어.
도망? 후후. 그것도 해보던 사람이나 하는거지. 난 그런 재주가 없어.
그래, 아주 만족하고있어. 하루하루가 아주 천천히 흘러가.
지나가는 시간을 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야.
부족한 것은 아무 것도 없어.
그래, 여긴 '네가 없는 낙원'이지.

..................

미안해. 난 이제 돌아갈 수가 없어.
너의 사랑스러운 머리카락을 만져보고싶었지만,
지금의 내게 그런 일은 허용되질 않아.
가장 아름다운 한때는 우리가 미처 모르는 사이에
지나가버렸다는 것을 이젠 인정할 수 있어.
그리고 난 이곳이 아주 마음에 들거든.
봐. 이렇게 아름다운 장미들이 마음껏, 일제히 피어났어.
그리고 곧 모든 것은 한꺼번에 끝날거야.
그것이 좋은 시작이든 나쁜 시작이든, 모든 시작은 끝을 전제로 해.
얼마나 다행이야.
그리고 가장 기쁜 일은, 이곳에 네가 없다는 거지.
어쩌면 낙원이란 그런건지도 모르겠어.
이곳에서 난 더이상 널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은거야.
그러니까 너는 언제나처럼,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는 거야.
정말 미안해.
너도 알고있지? 이렇게 헤어지는게 가장 좋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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